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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노트

임차인 동의 없이 전세 낀 집 팔았다가 2억 물은 사연

by 부동산 투자노트 2025. 3. 28.

시작하며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거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경우, 대부분 전세보증금을 매수인이 인수하고 매도인은 차액만을 받는 ‘갭투자형’ 거래가 이뤄진다. 언뜻 보면 간단한 구조 같지만, 그 안에는 간과하기 쉬운 법적 함정이 숨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실질적으로 발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매도인이 전세보증금 2억원을 대신 물게 된 사건을 소개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실수 하나가 얼마나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1. 매도인은 집을 팔았지만, 책임은 남았다

2020년 울산에서 벌어진 일이다. 아파트를 소유한 손씨는 매매가 2억8,000만원짜리 집을 매수인에게 넘겼다. 해당 아파트에는 이미 2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내고 들어온 세입자가 있었고, 그 세입자는 법인 명의였다. 손씨는 보증금 2억원을 뺀 나머지 8,000만원만 매수인에게 받고 거래를 완료했다. 겉으로 보면 일반적인 갭투자 거래처럼 보인다. 매수인이 보증금을 책임지기로 하고, 손씨는 그 차액만 받고 소유권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이 거래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세입자에게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는 사실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거래를 마무리한 것이다.

 

2. 임차인 동의 없으면 매도인의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세입자가 개인이든 법인이든, 전세보증금을 인수하는 구조의 거래에서 임차인의 승낙이 없다면 법적으로 ‘면책’이 성립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매수인이 채무를 넘겨받더라도 임차인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매도인이 여전히 그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법인 세입자는 주민등록을 통해 전입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를 받기 어렵고, 거래 자체가 더욱 민감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사례처럼, 매도인은 세입자의 승낙 없이 거래를 진행했고, 이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3. 매수인의 조치와 그 이후 벌어진 일

해당 집을 매입한 사람은 이후 근저당을 설정하고 아파트를 경매로 넘겼다. 이로 인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다행히 해당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이를 통해 보증금 전액을 보상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보증금을 대신 지급한 보험사는 손해액을 회수하기 위해 매도인 손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고, 법원은 보험사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손씨는 보증금 2억원을 보험사에 배상해야 했다.

 

4. 중개사의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단

손씨는 억울했다. 그래서 이 거래를 진행한 공인중개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차인의 동의 없이 거래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공인중개사는 법적 자문을 제공할 의무는 없으며, 단순히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개사가 매도인에게 법적 구조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도, 책임을 묻긴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5. 판례가 말해주는 중요한 기준

대법원은 이와 관련된 이전 판례를 인용했다. 2008년 9월 판례에서는, 매수인이 채무를 인수하고 매매 대금에서 공제하더라도 임차인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다면 매도인의 책임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02년 9월 판례에 따르면, 임차인이 임대인의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기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책임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았다. 이 두 판례는 거래 과정에서 임차인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법적 기준을 분명히 하고 있다.

 

6. 매도인이 반드시 챙겨야 할 절차

전세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을 매도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향후 보증금 반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 임차인의 동의서 확보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는 사실에 대해 세입자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서면 동의를 받는 것이 핵심이다.

  • 계약서 내 특약 조항 명시 매도인은 매매계약서 특약란에 “매수인이 전세보증금 반환 채무를 인수한다”는 내용을 분명히 기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첨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 임차인 승계 확인서 작성 거래가 체결되기 전, 세입자로부터 “매수인이 임대인으로 승계됨을 인정하고 이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문구가 포함된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 문서는 법적 분쟁 발생 시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 절차들은 매도인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생략했다가 수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되는 사례가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중요한 단계들이다.

 

7. 거래 시 유의사항 요약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임차인의 동의는 필수 전세가 낀 집을 매도할 때, 보증금 반환 책임을 매수인에게 완전히 넘기고 싶다면, 임차인의 명시적 동의가 필요하다. 구두 약속이 아니라 서면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 공인중개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 안 된다 중개사는 거래를 연결하는 역할일 뿐, 법적 자문을 제공하지 않는다. 법률적 책임 구조는 매도인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 보증보험 가입 여부와 구상권 관계 파악 세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그 보증금을 대신 지급한 보험사는 매도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상받았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마치며

부동산 거래는 수억원이 오가는 중요한 계약이다. 특히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 단순한 서류 한 장이 향후 책임을 좌우할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임차인의 동의 없이 거래를 진행하면, 거래 이후에도 매도인이 법적으로 보증금 반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매도인 스스로 계약 구조를 이해하고, 임차인의 동의를 문서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간단한 거래라 해도, 몇 가지 필수 절차를 놓치면 그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