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요즘 위스키 좋아하는 사람 정말 많다. 가볍게 한 잔 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이제는 본격적으로 위스키 맛을 즐기고 수집하는 분위기까지 생겼다. 특히 조니워커블루, 발렌타인23년 같은 프리미엄 라인업은 이름만 들어도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고급 술이다.
그런데, 이런 위스키를 정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대형 마트나 면세점에서도 비싸게 팔리는 제품이, 공식 경로를 통해 거의 반값에 낙찰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룰 내용은 바로 세관공매라는 제도다. 흔히 뉴스에서 세금 체납자 물건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이야기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위스키부터 명품 가방, 전직 군수가 타던 차, 심지어 폐교나 파출소 건물 같은 부동산까지, 일반인도 합법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경매라고 해서 어렵고 복잡할 것 같지만, 절차만 익히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실제 현장 분위기, 공매 참여 방법, 그리고 어떤 식으로 낙찰되는지 생생한 예시를 통해 소개해 본다.
1. 세관공매란 어떤 제도일까?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오다 적발되거나, 세관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압수된 물품들. 이런 제품들이 일정 기간 창고에 보관된 뒤, 정식 감정을 받고 경매에 넘겨지는 절차가 바로 세관공매다.
관세청이 주관하고, 물품마다 전문가의 감정 결과를 거쳐 진품 여부가 확인된 뒤 공개된다. 위조품이나 안전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제외되며, 일반 소비자가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는 품목만 선별되어 공매에 등장한다.
주로 위스키, 와인 같은 주류나 명품 가방, 향수, 화장품 같은 휴대품이 많이 나온다. 대량 수입된 화물도 포함될 수 있으나, 개인이 입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2. 공매 참여는 어떻게 하는 걸까?
공매에 참여하기 위해선, 먼저 관세청의 유니패스(UNIPASS)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한다. 여기서 '공매'를 검색하면 현재 진행 중인 물품 목록이 확인 가능하다. 전자 입찰과 현장 입찰 두 가지 방식이 있으며, 품목에 따라 참여 방식이 다르다.
전자 입찰은 인터넷을 통해 참여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지만, 일부 고가 품목이나 주류 공매의 경우는 현장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현장에서는 서류 작성, 보증금 납부, 입찰가 제출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공매 물품의 시작가는 ‘공매 예정가’로 표시되며, 이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면 낙찰이 불가능하다. 반대로 너무 높게 쓰면 가격 경쟁에서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적당한 수준의 전략이 필요하다.
3. 공매장에서 실제로 위스키 낙찰된 경험
위스키 입찰에 참여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다. 당시 주류만 모아놓고 진행된 세관공매 현장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술이 진열되어 있었고, 2만원대 저가 제품부터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제품까지 모두 출품됐다.
1인당 최대 3병까지 입찰이 가능했고, 조니워커블루, 발렌타인, 시바스리갈을 목표로 입찰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현장 분위기는 꽤 긴장감이 돌았고, 참가자 대부분이 사전에 전략을 세우고 온 듯했다. 마치 시험장처럼 조용하고 집중된 느낌이었다고.
결과적으로, 공매 첫날에는 경쟁이 다소 적은 편이었고, 그 덕에 세 병 모두 낙찰에 성공했다. 같은 제품에 낮은 가격을 써낸 사람도 있었지만, 1차 회차에서 낙찰되지 않으면 다음 회차로 넘어가며 가격이 10%씩 떨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기다리는 게 정답은 아니다. 원하는 물건을 확실히 얻고 싶다면 초반에 확실하게 써내는 것도 방법이다.
4. 세관 창고에 쌓인 물건, 왜 공매로 나올까?
공항을 이용하다 보면 면세 한도를 초과한 물품은 자진 신고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일부 여행객은 세금을 피하려고 일부러 신고를 누락하거나, 아예 숨기고 들여오기도 한다. 이럴 경우 세관에서 적발되면 물품은 압수되고, 일정 기간 보관된다.
또 무역업체나 수입업체가 들여오려던 화물도, 통관 과정에서 세금 문제나 제품 안전 기준에 미달할 경우 통과되지 못하고 그대로 세관 창고에 남게 된다. 이처럼 여러 이유로 ‘정상 통관’을 못 한 제품들이 바로 세관공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물건을 그냥 폐기하지 않는다. 감정 전문가를 통해 정품 여부를 확인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제품만을 골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이는 단순한 처분이 아니라, 국가 자산을 환수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게다가 세금 체납으로 압류된 명품 가방이나 의류, 골프채, 가전제품 등도 공매로 넘겨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세관공매는 단순한 ‘싸게 사는 기회’ 그 이상으로, 나라 살림에 실제로 보탬이 되는 절차인 셈이다.
5. 실물 확인 가능할까? 낙찰 후 절차는?
공매에 참여한다고 해서 무조건 실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정 조건에서는 창고에 직접 방문해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보통은 공매 하루 전날 열리며, 별도로 공지되는 일정에 맞춰 참가 신청을 해야 한다.
낙찰이 되면 ‘이 물건은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구매한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지정된 은행에 대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후 일정에 맞춰 세관 창고에서 물품을 수령하게 된다.
주의할 점은, 공매 물품은 교환이나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태 확인이 어렵거나, 중고 제품 특성이 강한 물건일수록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품에 대한 상세 설명과 이전 회차 낙찰가를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6. 명품 가방, 골프채도 낙찰 가능?
앞서 언급했듯이, 체납자 공매에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고급 소비재도 자주 등장한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같은 브랜드 가방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작되며, 입찰자들의 눈치를 보며 가격을 써내는 방식으로 낙찰자가 결정된다.
실제 현장을 다녀온 사람의 말에 따르면, 현장 분위기는 굉장히 활발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명품 가방에, 남성들은 주로 골프채나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으며, 다양한 연령층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분위기였다.
입찰 전 물건을 직접 살펴볼 수 있으며, 상품마다 담당 직원이 있어 자세한 설명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최저 입찰가는 시세의 1/10 수준으로 설정되지만, 실질 낙찰가는 브랜드 가치와 상태에 따라 훨씬 높게 형성되기도 한다.
7. 폐건물도 공매로 산다고?
공매의 대상은 단지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금 체납으로 압류된 부동산이나, 행정 목적으로 쓰이다가 더 이상 필요 없어 폐기된 공공 건물들도 공매에 등장한다.
예를 들어, 한 시골 마을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파출소 건물이 공매로 나왔고, 이를 낙찰받아 카페로 탈바꿈시킨 사례가 있다. 무전기를 호출벨로 개조하거나, 내부 인테리어에 경찰서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넣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과거 그곳을 방문했던 주민들이 "여기 예전에 수갑 채워진 사람도 있었다"며 웃으며 이야기하곤 한다. 일종의 지역 기억이 담긴 공간이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이처럼 폐건물을 낙찰받아 리모델링하면, 창업 공간이나 스튜디오, 공방 등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공 자산이기 때문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8. 부동산 공매는 어떻게 참여할까?
공공 부동산 공매는 주로 ‘온비드’라는 플랫폼을 통해 진행된다. 이곳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자산을 일반인에게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온라인 경매 시스템이다.
건물뿐 아니라 산, 밭, 창고, 주차장 같은 다양한 토지도 공매 대상에 포함된다. 특정 기간 동안 사용하는 임대권도 자주 등장하며, 대표적으로는 한강 둔치에 위치한 매점 운영권 같은 권리가 있다.
일부 매물은 ‘공공임대’ 방식으로, 일정 임대료를 납부하고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예를 들어, 연간 1,000만원대 임대료로 시작된 부동산이 몇 차례 유찰되면서 700만원대로 떨어진 뒤 낙찰된 경우도 있었다.
공매는 대부분 입찰 횟수 제한 없이 반복되며, 유찰될수록 시작가가 내려간다. 그래서 처음에는 매물을 관찰하다가, 입찰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 건물 상태를 확인하고, 경쟁자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전략 중 하나다.
9. 별별 물건이 다 나온다
공매 사이트를 보다 보면 "이런 것도 나라에서 팔아?" 싶은 물건들이 종종 보인다. 더 이상 쓰지 않는 태블릿 PC, 수명이 다한 지하철 전동차, 구청 앞 자투리 땅 같은 것들도 공매 대상이다.
심지어, 한 마을 회관 앞에 있는 작은 땅이나 시청 창고에 쌓여 있던 화장품 재고도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물건들은 활용 가능성이 다소 낮아 보일 수 있지만, 목적이 명확한 사람에게는 아주 쓸모 있는 자산이 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세관공매나 체납자 공매에서 낙찰되지 않은 물건들도 다시 온비드를 통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밀수품으로 압수된 향수나 양주가 감정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다시 시장에 나오는 구조다.
이처럼 국가 자산 중 ‘더 이상 필요 없지만 쓸 만한 것들’을 일반에게 공개해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시스템이 꽤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마치며
한 번쯤 들어봤던 ‘공매’라는 단어, 사실 그렇게 멀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고, 위스키 한 병, 명품 가방 하나부터 창업용 부동산까지,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정보다. 언제 어떤 물건이 나오는지 알고 있느냐, 그리고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세관공매와 온비드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용되는 자산을 다시 국민에게 환원하는 창구라고 할 수 있다. 싸게 사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나라 살림에 기여하면서 실용적인 소비까지 가능한 구조다.
혹시 관심이 생겼다면 유니패스와 온비드 두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등록해두자. 오늘은 위스키 한 병에서 시작됐지만, 내일은 폐건물 하나가 내 사업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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