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서울에서 은퇴한 중장년층, 특히 50대와 60대 사이의 사람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거처를 옮기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히 부동산 가격만의 문제일까? 물론 집값은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이고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매달 받던 월급이 끊기면 누구든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출은 생각만큼 줄지 않는다. 결국 이들은 생활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법, 즉 '사는 곳'을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이들이 왜 서울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가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본다.
1.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주거비 부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이미 웬만한 가정에게 과도할 정도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이 넘는다. 이 정도 규모의 부동산을 은퇴 후에도 유지한다는 건 수입이 끊긴 상황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경기도 외곽이나 수도권 신도시의 중소형 아파트는 4억~6억원대에도 거래된다. 단순히 비교해 보면 서울 집 한 채를 팔고 이주했을 때 남는 돈이 수억 원에 이를 수 있다. 남은 자금은 은퇴 후의 생활비나 자녀 지원, 또는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위한 부동산 재투자 등에 쓰일 수 있다.
또한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 그에 따른 관리비,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고정지출도 상당하다. 주거지를 바꾸면 이 같은 비용들도 함께 줄어든다.
결국 서울을 떠나는 것은 단지 이사를 가는 것이 아니라, 노후의 지출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경제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2. 교통과 의료 인프라가 갖춰진 외곽 지역
예전에는 수도권 외곽에 살면 서울까지 오가는 데 하루를 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통이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 다르다. 서울 지하철이 대부분의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확장되었고, 버스 노선도 촘촘해졌다. 경기 북부나 남부 대부분의 지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1시간 내외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의료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병원이나 전문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까지 나와야 했지만, 이제는 지방 중심 도시나 수도권 외곽에도 종합병원과 전문 클리닉, 재활 센터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은퇴 이후 건강이 중요한 이들에게는 병원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는 거주지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즉, '서울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3. 조용하고 편안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환경
은퇴 후에 정말로 바라는 것은 ‘여유로운 하루’다. 더 이상 출퇴근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면, 도심의 분주함보다는 조용하고 쾌적한 곳에서의 하루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녹지 공간이 넉넉하고 공기도 맑다.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들리는 새소리와 숲 냄새는, 서울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감각이다.
산책로와 공원, 강변, 숲길 등은 단순한 환경 요소를 넘어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는 요소가 된다. 조용하고 여유 있는 동네에서 하루를 보내는 삶은 많은 은퇴자들이 바라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결국 주거지 이전은 단순한 집의 이동이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방향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4. 서울에 계속 머물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들
물론 서울에 남는 선택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를 유지하는 데는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따른다.
① 경제적 부담이 크다
- 높은 주택 가격뿐 아니라, 그에 따른 세금과 보험료가 꾸준히 지출된다.
- 국민연금 수령액은 월 60만~70만원 선인데, 이 정도 수입으로는 서울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② 일자리나 사회적 연결이 줄어든다
- 은퇴 후 재취업은 매우 어렵고, 공공 일자리는 수익이 낮다.
- 결국 외출을 줄이고, 사람을 덜 만나게 되며, 사회적 고립이 점점 심해질 수 있다.
③ 자산의 유동성이 제한된다
- 60대 이상의 경우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 이 부동산을 활용하지 않으면 현금 흐름이 마비될 수 있다.
- 다운사이징이나 주택연금 같은 방식으로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으면, 막상 돈이 필요할 때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마치며
은퇴 후 서울을 떠나는 것은 단지 주거지를 바꾸는 선택이 아니다. 고정지출을 줄이고, 생활 인프라를 고려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2024년 현재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팔고 경기도나 수도권 외곽에서 4억~6억원대 아파트를 마련하면, 6억~8억원의 자금이 남는다. 이 자금은 은퇴 이후의 삶을 더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교통, 병원, 자연환경이 모두 갖춰진 지역이라면 굳이 서울에 머물 필요는 없다. 서울에 있는 12억짜리 집을 팔고 경기도의 5억짜리 아파트에 살며 남은 자금으로 여유로운 삶을 계획하는 것, 이건 매우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다.
어디에 사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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